비망록 -문정희

비망록



  -문정희

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
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 
되고 말았다

가난한 식사 앞에서 
기도를 하고 
밤이면 고요히 
일기를 쓰는 사람이 되고 싶었는데
구겨진 속옷을 내 보이듯
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

사랑하는 사람아
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
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

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

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 

 

 

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써 내려갔을까.

내가 느끼는 이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써 내려갔을까, 

아니면 

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마음이 더 숨어 있을까.

 

오랜만에 읽은 시 한편에 나를 더욱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들.

나 요즘 너무 겉모습에 치중해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.

진정 내가 지향해야 할 것들은 지양하고, 지양해야 할 것들은 지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을까.

 

 

2014. 10. 8

by 한결같은아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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트랙백 0 Comment 4
  1. 맥가이버™ 2014.10.10 05:12 신고 address edit & del reply

    심오합니다....
    갑자기 이 맑은 가을날 뭔가 가슴이 싸하네요.
    한참 생각하는 좋은 시 나눠주셔서 감사해요.

    • 한결같은 아리 2014.10.11 01:54 신고 address edit & del

      저도 처음 이 시를 알게 되었는데,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라구요.
      맥가이버님께도 가을 날, 이 시 한편으로 더 풍요로운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 ^^

  2. 삐딱냥이 2014.10.10 11:40 신고 address edit & del reply

    좋네요... 고맙습니다.

    시집이란걸 들춰본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 참 메마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걸, 방금, 또 느꼈어요.

    • 한결같은 아리 2014.10.11 01:56 신고 address edit & del

      이 시가 고등학교 문학책에 나온다고 하더라구요. 제가 학교 다닐 땐 없었는데 말이죠 ㅎ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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